공존 기본사업


[구조] 누더기 아이야 잡혀줘서 고맙다 ㅠㅠㅠ

사단법인 공존
2019-12-02
조회수 1214

3년동안 제 속을 태우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름도 누더기 아이라고 짓고 부르던 아이였습니다

이 아이 밥주는 캣맘이 늘 아이때문에 제게 전화를 하시곤 합니다

오늘은 상태가 더 안좋고, 밥도 잘 못 먹는다고요...


처음에는 그 캣맘에게 약을 주고 먹여보라고 했으나.. 


마음 편하게 새벽 3시에 밥셔틀 마치고 그곳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는 제가 주는 불린 사료와 약을 먹고 매일을 그렇게 견디며 3년을 길에서 보냈습니다

새벽 3시 전에도 늘 캣맘 밥을 얻어먹고 있었겠지만 이 아이는 약이라도 먹어야했기에

매일 밥셔틀 마칠 시간에 제가 따로 챙겼습니다

이렇게 추운 요새 날씨에도 녀석. 나와서 절 기다립니다..

그런 아이 모습이 너무 짠합니다

약밥 먹이고 오는 제마음이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으니까요..






저는 어지간한 아이는 잡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통덫에 안잡히면 특수덫을 사용했었고 또 그것 또한 아이가 피하면 여러가지 유형의 덫도 만들어서 사용도 해보았기에

마음만 먹으면 왠만한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 구조해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사단법인 설립후 운영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 많았습니다

아이들 병원치료비 모금을 하지 않아서 부채도 쌓이기도 했지만 

작은 보호소에는 넘치는 아픈 아이들때문에 도저히 또다시 아픈 아이들 구조가 힘들다고 결론을 짓고

길고양이 구조에 있어서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 구내염 약 투약시간만 3시간입니다 

매일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저로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직장이 마치고 돌아와서 밥셔틀 마치고 새벽 3시쯤 보호소에 와서 날 밝을때까지 청소하고 약먹이고 또다시 출근합니다

이 생활이 10년 넘게 지속이 되고 있습니다


이 누더기 아이 구조 시도를 안해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나이도 많아보이고 아픈 아이들 특성상 경계심이 심했습니다




가끔 남의 집 담벼락 사이에 있는 것을 목격했으나 덫을 놓거나 제가 올라갈 수 없는 비좁은 공간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엉켜있는 털은 그야말로 누더기 또는 마대 걸래 같았습니다..

그나마 약을 매일 먹어서 이정도지 비가 와서 나오지 않는 날이면 어찌나 침을 많이 흘리고 눈도 못 뜨는지...

지켜보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지난 여름에 마지막 구조 실패를 했습니다

항상 차밑에서만 기다리는 아이라서 덫 사용은 힘들고 

물론 덫을 보면 달아났습니다


물고기 잡는 투망도 구입을 해보았습니다

"제발 이놈아 외제차 밑에만 있지 말아다오~~" 하고 그날 투망을 짊어지고 현장에 갔습니다


그물 바닥에는 쇠구슬같은 것들이 달려있습니다 

잡힌 물고기가 도망못가게 무게감을 싣어줍니다

차를 통채로 덮어서 아이를 감싸고 그물 사이로 들어가 아이를 계류장으로 유인할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차가 손상이 갈수도 있습니다

투망을 치다가 그물에에 달린 쇠구슬에 차는 스크래처가 생깁니다

아이가 도망가기전에 빨리 쳐야하니까요..


남의 차에 손상을 입히기 쉬운 상태에서 투망을 치기는 참 어려웠습니다

국산차도 아닌 그것도 외제차ㅡ 밑에 아이가 있는 날에는 ...

그 손해배상까지 감안하고 아이 구조를 진행행해야 하니 참 난감했습니다


물론 실패했습니다

아이는 이미 그물로 차 절반도 덮지 못한 상태에서 멀리 도망가고 있었으니까요..


늘 혼자 구조합니다

한명이라도 같이 도와주면 수월할테지만 여건은 늘 쉽지만은 않습니다


며칠전입니다


아이를 자세히 들여다 봤습니다

매일 새벽 주는 약을 잘 먹고 있었기에 그냥 그냥 버티는 줄 알았는데

그날따라 후레쉬를 비추며 아이를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입안에 가득 고여있는 것은 핏물이었고 바닥에 피가 똑똑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영하로 내려가는 새벽 찬바람을 맞고 길에서 기다리는 구내염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비참합니다


망설일 수는 없었습니다

차에 덫은 있었지만.. 그것으로는 불가능했습니다

입은 파카를 벗고 왼손으로 들고 차 밑으로 기어들어갔습니다


망설이면 이미 늦으니까요..

도망가는 뒷다리를 맨손으로 잡았습니다

제 몸 반이상 차밑으로 기어들어가서 끌고 나오는 순간에도 아찔했습니다

얼굴이 또 다칠수도 있기에 아이를 옷으로 감싸고 한손으로는 뒷다리를 끌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준비한 덫에 아이를 집어 넣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얼마나 걸렸을까요?

긴 시간 같아도 1분도 안걸렸을겁니다


야생아이랍니다

내리칠까봐 다칠까봐 두려워하면 아이 못 만지고 못 잡습니다

이 아이와 저. 누가 더 서로를 무서워할까요?  

사납고 손타지 않는 야생냥이들은 그만큼 사람을 더 무서워한답니다


제가 아이를 무서워하고 다칠까봐 몸을 사리면 아이는 영영 못잡습니다


아이를 덫안에 집어놓고 담요을 덮고나니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영하의 날씨에 땀이 나다니..


휴대폰을 찾아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많은 사진을 찍기에는 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서 일단 24시간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보호소로 돌아오는 길에 긴장이 풀려서인지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구조당시에 아이에게 제 손가락이 물렸나봅니다 동물병원에 도착해서야 알았습니다

피범벅이 된 손을 보며 간호사 언니가 소리를 지르고... 


다행이겠지요?

구조가 되어서요..

잡혀주어서 정말 다행이겠지요?

안심 반 걱정 반 제 마음이 이렇답니다


누더기 아이... 

갑자기 생각난 사랑이란 이름의 작은 아이가 생각이 났습니다..


누더기 아이 소식은 다시 병원경과 보고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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